현대인의 불안 (성취 집착, 조건부 인정, 실패 두려움)
술자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묘한 허전함이 밀려온 적 있으신가요? 쇼츠를 보다가 갑자기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라는 불안감에 휩싸인 적은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한동안 제 채널 구독자 수가 몇백에서 정체됐을 때, 밤마다 '내가 이걸 계속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잠을 설쳤습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불안할까요? 알랭 드 보통은 그의 책에서 우리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오늘은 그 핵심을 제 경험과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성취가 부족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어서 불안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을 더 벌면', '더 성공하면' 불안이 사라질 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구독자 100만을 찍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골드 버튼을 받고 나서 깨달았습니다. 불안의 본질은 돈이나 성취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걸요.
알랭 드 보통이 말하는 불안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우리는 '성공=사랑'이라는 방정식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고, 명예가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사랑해줄 거라는 믿음이죠. 실제로 세상은 그렇게 작동합니다. 제가 채널 초기에 제 직업을 밝히면 사람들은 "김송 씨 구독 해줘야겠다"며 머쓱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은근히 불친절해지고, 미묘하게 저를 내려다보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몇몇 분은 대놓고 "정신 차려라", "생산성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떨까요? 사람들은 제 직업을 듣고 입을 가리고 동공이 커집니다. "와, 골드 버튼!" 이전과 달리 모두가 과할 정도로 존중해주고 친절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귀 기울이고, 몇 번 안 본 사람들도 엄청나게 친한 척합니다. 심지어 예전에 띠껍게 굴던 사람조차 제 성취를 듣고 나서는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이게 바로 '조건부 사랑(conditional love)'입니다. 쉽게 말해 당신의 성취 여부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는 뜻입니다.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이 오히려 불안을 키웁니다
우리는 흔히 "열심히 하면 성공한다"는 믿음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낙관적인 믿음이 오히려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첫차를 타보셨나요? 꼭두새벽부터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학원가 독서실은 밤중에도 공부하는 사람들로 넘칩니다. 그들은 제대로 성공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럴까요?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통제 불가능성(uncontrollability)'입니다. 통제 불가능성이란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를 완전히 좌우할 수 없는 외부 요인들을 의미합니다. 생물학적 여건, 부모의 경제력, 타고난 기질, 시대적 흐름, 기술의 발전 속도, 트렌드의 변화, 시장의 변동성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불안 수준이 과거 대비 급격히 상승한 이유 중 하나로 '노력과 성과 간 불일치 경험'이 지목됐습니다(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 역시 운이 좋았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유튜브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시기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제 채널이 주목받았습니다. 만약 코로나가 없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까요? 솔직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 성공에는 노력 외에도 수많은 운의 요소가 작용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걸 인정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을 '노력 부족'으로 치부해버린다는 점입니다.
성공해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면 모든 불안이 해결될까요? 안타깝게도 아닙니다. 제가 골드 버튼을 받고 나서 성취에 대한 불안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삶의 질도 올라갔고요. 하지만 대신 또 다른 불안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저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제 껍데기를 사랑하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그들이 주는 게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조건적인 사랑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도 그런 사랑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까지 쌓아 올린 걸 잃어버릴까 봐 불안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겪는 것처럼 통제할 수 없는 역풍을 맞고 '나락'에 가서 제 성취와 노력이 물거품이 되진 않을까 걱정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손실 회피 편향(loss aversion bias)'입니다. 손실 회피 편향이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득의 기쁨보다 손실의 고통을 약 2배 더 강하게 느낀다고 합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연봉 1억보다 연봉 100억이 불행할 확률이 더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봉 2400만원보다 불행한 연봉 100억도 엄청나게 많습니다. 불안의 본질은 정말로 돈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공할수록 잃을 게 많아지고, 그 두려움이 새로운 불안을 만들어냅니다. 제 경험상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불안을 줄이려면 믿음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알랭 드 보통은 '인지 행동 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의 원리를 제시합니다. 인지 행동 치료란 왜곡된 신념이나 생각 패턴을 찾아내어 더 현실적이고 건강한 믿음으로 바꾸는 심리 치료 기법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성공=사랑'이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을 인식하고, 그것을 더 건강한 믿음으로 교체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외제 차를 탄 법인 대표 A씨가 중고 마티즈를 타는 B씨보다 더 가치 있는 사람일까요? 머리로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는 결국 A씨를 더 우러러봅니다. 이게 바로 문제입니다. 우리는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무리 방구석에서 도를 닦고 철학을 배워도 문을 열고 현실을 마주하면 믿음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불안을 다스립니다:
- 내가 느끼는 불안이 어디서 오는지 명확히 인식합니다. "나는 지금 조건부 사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한 거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합니다.
- 남의 성취를 보고 자책하는 대신, 그 사람 역시 수많은 운의 요소 덕분에 성공했을 가능성을 인정합니다.
- 내 가치는 성취가 아니라 존재 자체에서 나온다는 믿음을 의식적으로 되새깁니다. 쉽지 않지만, 매일 조금씩 연습합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불안의 원인을 명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불안 수준이 상당히 감소한다고 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은 문제를 아는 것입니다.
정리하면, 우리의 불안은 돈이나 성취 부족 때문이 아니라 '성공=사랑'이라는 비합리적인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성공해도 불안은 형태만 바꿔서 계속 우리를 괴롭힙니다. 저는 이제 불안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신 불안의 정체를 알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한 번 시도해보시길 권합니다. 내가 왜 불안한지, 그 불안이 정말 합리적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숨통이 트일 겁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SmhM9aqFYAA https://www.kihasa.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