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 (나르시시스트, 에코이스트, 그레이록)

저도 처음엔 제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가까이 지냈던 지인이 약속을 어기고 제 의견을 무시할 때마다, 제가 서운함을 표현하면 돌아오는 말은 "너 요즘 너무 예민한 것 같아"였거든요. 그 순간 저는 제 기억과 감정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바로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가스라이팅이란 타인의 현실 인식을 조작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학대 기법을 뜻합니다. 관계 초기의 과도한 칭찬부터 점진적인 현실 부정까지, 이들이 당신의 착함을 사냥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체계적입니다.

가스라이팅

나르시시스트의 뇌, 일반인과 뭐가 다를까

거짓말을 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만났던 그 지인도 그랬어요. 제가 명백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오히려 더 침착하게 "네가 오해한 거야"라고 되받아쳤거든요.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Psychopath)의 편도체(Amygdala)는 일반인보다 18% 작고 전전두엽 활동도 현저히 낮다고 합니다. 편도체란 공포와 죄책감을 느끼는 뇌 부위인데, 이게 작다는 건 양심이라는 브레이크 자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Sociopath), 나르시시스트(Narcissist)는 각각 다른 유형입니다. 사이코패스는 태어날 때부터 공감 회로가 끊어진 사람으로, 전체 인구의 약 1%가 해당합니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환경이 만든 결과물이에요.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겪으며 세상을 믿지 못하게 된 경우죠.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역경을 겪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반사회적 성향을 보일 확률이 3배 높다고 합니다(출처: 미국국립보건원).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전체 인구의 10%가 이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10명 중 1명이라는 뜻이에요.

흥미로운 건 이들도 공감을 한다는 점입니다. 다만 공감의 종류가 다릅니다. 심리학에서는 공감을 정서적 공감(Emotional Empathy)과 인지적 공감(Cognitive Empathy)으로 나누는데요. 정서적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진짜로 느끼는 것이고, 인지적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머리로만 이해하는 겁니다. 사이코패스나 나르시시스트는 인지적 공감만 가지고 있어요. 당신의 슬픔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이 상황에선 이런 표정을 지어야 속일 수 있겠군"이라며 계산하는 겁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 사이코패스는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오히려 평균 이상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당신 얼굴만 봐도 지금 화난 건지 슬픈 건지 알아채지만, 그게 뭔지만 알 뿐 느끼지는 않는 거죠.

러브밤과 가스라이팅, 이중 전략의 함정

제가 겪었던 그 지인은 관계 초기에 저를 "누구보다 도덕적이고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이게 바로 러브밤(Love Bombing)이었던 거예요. 러브밤이란 관계 초기에 과도한 칭찬과 애정을 쏟아부어 상대를 정신없게 만드는 전략을 뜻합니다. "너 같은 사람은 처음이야", "너만 있으면 아무것도 안 부러워" 같은 말들로 당신을 하늘 위로 띄워놓는 거죠. 근데 이건 진심이 아닙니다. 나중에 당신을 조종하기 위해 미리 정서적 빚을 지우는 고도의 전략이에요.

그다음 단계가 가스라이팅입니다.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는 1938년 연극에서 유래했는데요. 남편이 아내를 미치광이로 만들기 위해 집안의 가스등을 일부러 어둡게 조작하면서도 "아니야, 원래 이 밝기였어"라고 우기는 내용입니다. 결국 아내는 자신의 감각을 믿지 못하게 되고 남편의 말만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죠. 제가 겪었던 것도 똑같았습니다.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 제가 서운함을 표현하면, "나는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는데 네가 오해한 거지"라는 말이 돌아왔거든요. 이런 말들이 반복되면 점점 혼란에 빠집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는 가스라이팅의 단계를 세 가지로 구분합니다.

  1. 불신 단계: 뭔가 이상한데 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단계입니다.
  2. 방어 단계: 자꾸 변명하고 해명하게 되는 단계예요.
  3. 우울 단계: 결국 자신을 믿지 못하고 상대의 말만 진실로 받아들이는 단계입니다.

저는 세 번째 단계까지 갔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제 탓으로 돌리게 됐거든요. 러브밤으로 당신을 끌어들인 다음 가스라이팅으로 당신을 고립시키는 이 조합은 치명적입니다. 당신이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지도 못하게 되니까요.

에코이스트, 왜 나만 자꾸 타겟이 될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하필 나였을까? 심리학에서는 과도한 양심 때문에 경계 설정을 못하는 사람들을 에코이스트(Echoist)라고 부릅니다. 에코이스트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걸 이기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관계에서 나르시시스트 학대를 경험한 사람의 25%, 즉 4명 중 1명이 에코이스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출처: 미국심리학회).

나르시시스트는 텅 빈 배터리입니다. 그래서 에너지가 꽉 찬 고성능 보조 배터리 같은 당신을 찾아다니는 거예요. 당신의 공감 능력, 당신의 책임감, 당신의 따뜻함, 이 모든 게 그들에겐 에너지원이거든요. 제 경험상 에코이스트는 평소 자기 자신을 낮게 평가합니다. 그런데 누군가 나타나서 "너는 특별해"라고 말하면 그 경험이 너무나 강렬한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그 사람이 당신의 현실을 부정하기 시작해도, 처음의 그 따뜻했던 기억 때문에 계속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잘못한 걸까?", "내가 예민한 걸까?" 이렇게요.

당신이 타겟이 된 이유는 약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예요. 그들에게 없는 것, 진짜 공감 능력과 따뜻함과 책임감을 가졌기 때문에 선택된 겁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가지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을 질투하고, 결국 그걸 강탈하려 해요. 이제부터는 당신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레이록 기법, 회색 돌처럼 반응 없는 존재 되기

첫 번째 전략은 그레이록(Grey Rock) 기법입니다. 그레이록이란 회색 돌처럼 반응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을 뜻합니다.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의 감정 반응을 먹고 살거든요. 화내거나 울거나 변명하거나 해명하는 모든 반응이 그들에게는 먹이예요. 그래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반응입니다. 직장 상사가 "이 프로젝트 망친 거 내 책임이야. 너 때문에 팀 전체가 욕 먹었어"라고 말하면, 예전엔 "아니에요, 제가 한 건 이 부분뿐이고..."라며 해명했겠죠. 하지만 그레이록을 쓸 때는 "그렇게 보이셨군요"라고만 대답합니다. 끝이에요.

연인이 "너 나한테 관심 없지. 요즘 차갑더라. 다른 사람 생겼어?"라고 물으면, 예전엔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하며 열심히 해명했을 겁니다. 그레이록을 쓸 때는 "그렇게 느껴졌구나"라고만 말합니다. 한 문장이면 됩니다. 감정을 싣지 않고 짧게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는 거예요. 한 상담 연구에서 이 기법을 나르시시스트 대응의 핵심 전략으로 소개했는데요. 나르시시스트는 당신의 반응이 재미없어지면 금방 흥미를 잃는다고 합니다. 마치 게임이 재미없어진 게이머처럼 다른 타겟을 찾아 떠나게 되는 거죠.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그레이록을 쓰면 상대는 처음엔 더 심하게 공격할 수 있어요. 이를 후핑(Hoovering)이라고 부르는데요. 후핑이란 자판기에서 음료수가 안 나오면 더 세게 두들기는 것처럼, 당신의 반응이 없으면 더 강하게 자극을 줘서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행동을 뜻합니다. 이때 버텨야 합니다. 절대 반응하지 마세요. 그 고비를 넘기면 상대는 포기하고 떠나게 됩니다. 실전 팁 하나 더 드리자면, 상대의 연락처를 이름이 아닌 번호로만 저장하세요. 그리고 연락이 오면 "누구세요?"라고 물으세요. 상대를 당신의 삶이라는 무대에서 엑스트라로 강등시키는 가장 강력한 액션입니다.

관계의 다각화, 한 사람에게 올인하지 않기

두 번째 전략은 관계의 다각화입니다. 한 사람에게 올인하지 마세요. 한 사람에게만 연결된 전선은 끊어지면 정전되지만, 여러 군데 연결된 그물망 전선은 안전하거든요. 나르시시스트나 사이코패스가 가장 좋아하는 타겟은 고립된 사람이에요. 다른 관계가 없어서 오직 자신에게만 의지하는 사람을 선호하죠. 그래서 이들은 처음부터 당신의 관계망을 끊으려 합니다. "내 친구들은 널 이해 못 해", "가족들은 널 무시하잖아", "나만 있으면 돼" 이런 말로 당신을 자기에게만 묶어 두려는 거예요.

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평균적으로 150명 정도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다 친한 친구일 필요는 없어요. 느슨한 관계들이 중요합니다. 매주 가는 카페 사장님, 헬스장에서 인사하는 사람, 독서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 보는 사람들, 이런 약한 연결들이 오히려 회복 탄력성을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왜냐하면 이들은 당신에게 기대가 없거든요. 그냥 당신을 있는 그대로 봐줍니다.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과의 관계예요. 나르시시스트가 침투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을 만드세요.

저는 새벽에 혼자 걷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누군가의 평가나 반응이 필요 없는 활동이었거든요. 이런 시간이 쌓이면 나르시시스트의 말이 예전처럼 아프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제 당신은 그 사람 없이도 충분히 괜찮으니까요. 자존감이 높아지면 이상한 사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몰랐던 신호들이 선명하게 보이죠. 첫 만남에서 과도하게 친절한 사람, 당신의 경계를 시험하는 사람, 거절했을 때 화를 내는 사람, 이런 신호들을 놓치지 않게 됩니다.

정리하면, 당신이 겪은 일은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없는 진짜 공감 능력과 따뜻함을 가졌기 때문이었어요. 그레이록으로 그들을 굶기고, 관계를 다각화해서 더 이상 혼자가 되지 않는 법을 익히세요. 당신은 더 이상 타겟이 아닙니다.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에요. 혹시 오늘 영상을 보면서 떠오른 사람이 있다면, 그 관계를 다시 한번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에너지는 소중하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lemBNSYgd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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